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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칼럼] 삼성 이사회가 움직일 때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0-01-13 07:09 송고 | 2020-01-13 09:40 최종수정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삼성그룹이 지난 9일 그룹 차원의 준법감시위원회 발족을 알렸을 때 위원장은 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조 의사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룹 차원의 외부 준법감시위원회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삼성그룹 총수(동일인) 이 부회장의 의지 확인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위원회가 다른 위원회가 아니고 ‘준법’감시위원회이며 최고법관 출신 위원장이 법률 전문가들을 포함한 외부위원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는 점이다. 실질뿐 아니라 형식도 그에 걸맞아야 바람직하다.

이 부회장은 그룹의 동일인이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큰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이사가 아니다.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에 가장 영향력이 큰 대주주이자 삼성의 경영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자의 지위에 있을 뿐이다.

굳이 상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제 기업 경영의 종국적 책임이 이사회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주주총회가 이사회를 조직하고 이사회가 경영자들에게 구체적인 경영 권한을 위임한다. 모든 법률적 책임은 이사들이 진다.

종래 이 모델이 작동하지 않았다. 이사회는 형식적인 기구인 경우가 많았는데 유사시 회장이 모든 책임을 다 져 주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들이 수십억씩의 손해배상을 졌던 한 판결 후에도 회장이 다 부담하고 이사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는 사례도 나왔다. 그리고 그것이 회장 리더십의 원천이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회장도 점점 사라지고 있고 신세대 회장들은 그럴 여유도 없다. 법전에 나오는 대로 이사들이 연대책임을 지는 시대다. 그렇긴 해도 여전히 구시대적인 인식이 아직 남아있었는데 그를 바꾸는 사건들이 최근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엘리엇으로 대표되는 행동주의 주주들의 등장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전형적인 경영판단에 해당되는 사안들로 경영진을 압박하다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이사회 진출을 시도한다. 성공하면 사내이사들 못지않은 전문성으로 개혁을 추진한다. 이 때문에 이사회는 이제 명실상부한 기업지배구조의 허브가 되었고 사외이사들은 전문성과 경영진 감시 측면에서 이들을 따라가야 하게 되었다. 서구에서는 종래의 ‘조용한’ 이사회 모델이 사라지고 점차 ‘내부 행동주의’ 모델 이사회가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이사회 3.0’이다.

삼성은 지금 사업 외의 문제로 큰 시련을 겪고 있는데 대부분 법률적 문제들이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의장이 구속되었다. 이쯤 되면 삼성 각 계열사 이사회가 스스로 개혁 의지를 피력하고 필요한 작업도 진행해야 할 것 같은데 의외로 조용하다.

불가피하게 외부 준법감시위원회가 도입된다 해도 그 정당성의 기초는 어디까지나 각 사의 이사회다. 준법감시위원장이 이 부회장의 의지를 확인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자칫 구시대적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각 사 이사회의 개혁 의지와 협조 의사를 확인했다고 발표했어야 했는데 그 점이 아쉽다.

참여연대도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삼성의 지배구조 개혁은 그 초점을 이사회에 맞춰야 한다. 기능의 개선,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 조직의 쇄신 등이다. 그리고 법적인 기초가 취약하다고 지적받는 준법감시위원회에 각 사의 사외이사를 포함시켜 정당성을 보강하고 효율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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