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1.14/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구성될 21대 국회에 협치내각의 손을 내밀었다. 야당 인사 가운데 장관을 임명하겠다는 뜻이다. 장관을 배출한 야당과 국회에서 손발을 맞추면 20대 국회와 같은 극한 대립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복안이다.
문 대통령은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후 세 번째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기 전반기에 정치권을 향한 협치를 수차례 추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고 전하면서 21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문 대통령은 "다음 총선이 지나고 나면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 할만한 분이 있다면 함께하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협치는 내각제나 연정과는 다르기 때문에 특정 정당에 몇석을 배정한다거나 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며 "그러나 전체 국정철학을 공감하지 않더라도 해당 부처 정책목표와 방향에 공감한다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정세균 신임총리를 지명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 총리를 발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와 국회 사이에서 협치의 정치를 마련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문 대통령이 20대 국회에서 이미 실패한 '협치 카드'를 다시 꺼낸 배경에는 21대 총선 구도가 있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과 야권 분열, 안철수 전 대표의 신당 가능성 등 변수가 많다. 양당제 틀이 깨지고 다당제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전망이다.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는 1당이 되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에 여권에선 올해 예산안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처리할 때처럼 진보진영과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문 대통령의 협치내각 구성 제안은 정권의 후반기 전략과 맞닿아있는 셈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20대 국회에서 나타난 낡은 정치문화가 바뀌어야 협치 내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전반기 중 통합과 협치의 상징이 될 만한 인사들에게 입각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외부에 알려진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 외 다른 야권 인사도 물밑에서 접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 문화 현실 때문에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입각을 제안받은 인사들은 소속 정당 및 정파로부터의 배신자 낙인을 우려해 아무도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입각 제안을 공개적으로 할 경우 야권에서 '야당 파괴' '야당 분열공작'이라는 공격이 나오는 현실이 현재의 우리 정치라고 진단했다.
20대 국회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실망감에는 여야 5당 대표와 합의했지만 공전만을 거듭했던 여야정 상설협의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여야정 협의체는 이번 국회를 보고 절실하게 느낀다"며 "국회가 지금처럼 되면 안된다"고 작심한 듯 비판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정치가 국민을 분열시킨다고 봤다. 국민이 민생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을 치는 상황에서 여야가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대야 하지만 되레 야권에선 정부의 실패를 바라는 듯한 모습만을 보였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다음 총선 이후 우리 정치문화도 달라져야 한다"며 "국민께서도 그렇게 만들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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