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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어야할 때 넣지 못하면 고생길…김학범호, 잘 배우고 4강 간다

요르단과 8강서 이동경 프리킥 극장골로 2-1 짜릿한 승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20-01-19 21:34 송고 | 2020-01-19 22:49 최종수정
대한민국 U-23 대표팀 이동경이 19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 역전 프리킥을 성공 시킨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0.1.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대한민국 U-23 대표팀 이동경이 19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 역전 프리킥을 성공 시킨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0.1.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경기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주도권을 쥐고 우리가 준비한 플레이를 펼치는 것과 상대방에게 끌려 다니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높은 점유율이나 공격 빈도가 반드시 결과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축구란 것이 그렇다. 넣어야할 때 넣지 못하면 신나던 흐름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고생길을 만드는 법이다. 손쉽게 4강에 오르는가 싶었던 김학범호가 그 부메랑을 맞기 직전에 위기에서 탈출했다. 마지막에 손에 땀을 쥐었으나, 결과적으로 좋은 약을 먹고 준결승에 올랐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19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탐마삿 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대회 8강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2014년 1회 대회부터 4회 연속 4강(4위→준우승→4위→?)에 오르는 이정표를 세웠다. 동시에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한 7부 능선에 올랐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23명 최종 엔트리 중 21명의 선수들을 뛰게 하는 등 과감한 선수 운영으로 안으로는 에너지를 비축하고 상대에게는 계산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김학범 감독은 요르단과의 8강전도 변화의 폭을 크게 가져갔다.    

우즈벡과의 3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오세훈을 벤치에 앉히고 대신 조규성을 선봉장으로 배치하고, 창의적인 패스 능력을 갖춘 김진규가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선발로 출전한 것을 포함해 무려 8명이나 달라진 베스트11로 경기를 시작했다. 아무리 "누가 나가도 충분히 몫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지만 대회에서 매 경기 이 정도 변화를 도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 자체에서도 배에 힘을 가득 넣었다.
골을 넣는 것만큼 실점하지 않아야하는 '외나무다리' 승부이지만 대표팀은 앞선 조별리그 경기들보다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그리고 전반 15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약속된 플레이 속에서 조규성이 선제골을 뽑아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상대가 '약체 중동국가'라는 것을 고려해 이른 시간 선제골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었는데 그 시나리오대로 출발했다.

요르단은 선제골을 내준 뒤에도 특별히 라인을 올리지 않았을 만큼 기본적으로 '안정적 운영 후 한방'을 전체적인 콘셉트로 잡고 나온 팀이었다. 따라서 득점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 에너지 소비가 컸을 경기다. 다행히 선제골이 일찍 나오면서 대표팀은 시종일관 우리가 준비한 경기 운영을 펼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딱히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덥고 습한 기후에서 4번째 경기를 치르는 팀이었으나 선수들이 골고루 힘을 나눠 쓴 덕분인지 선수들은 그리 지친 기색 없이 필드를 누볐고 또 적잖은 찬스를 만들었다.

좋은 기회에서 추가골이 나오지 않을 때도 크게 걱정되지 않을 정도로 플레이가 좋았다. 그런데 그 '놓치는 기회'들이 여러 차례 겹치자 '부메랑'에 대한 걱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고생길을 자초했다.

대한민국 U-23 대표팀 선수들이 19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0.1.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대한민국 U-23 대표팀 선수들이 19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0.1.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한국은 후반 30분 요르단 알나이마트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여유롭게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경기의 흐름이 확 달라졌다. 앞서 김진규의 프리킥이 골대를 강타한 것을 비롯해 다소 운이 따르지 않은 탓도 있었으나 결국은 수 차례 기회에서 달아나지 못한 게 화근이 된 모양새였다.

여러모로 손해가 컸다. 김학범 감독은 후반 39분 김진규를 빼고 정승원까지 넣었다. 아낄 카드까지 꺼낸 교체였다. 만약 연장 승부까지 이어졌다면 지금까지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 저축한 에너지가 한 순간 소모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진짜 최악은 자칫 패할 수도 있는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었다는 것인데, 다행히 극적인 반전이 펼쳐졌다.

후반 추가시간 이동경이 스스로 얻어낸 프리킥 기회를 자신이 직접 왼발로 성공시키면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그 득점이 아니었다면 김학범호는 이겼어도 잃은 것이 많은 경기가 될 뻔했다.

4강 티켓을 잡은 것이 가장 큰 성과지만 입에 쓴 약을 먹었다는 것도 정신무장이라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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